494

|詩| 꽃이 피는 동안

각양각색 자동차들이 봄나들이 행렬을 이뤘어요 나뭇가지가 휘어지도록 조심스레 매달린 귀신같이 새하얀 봄꽃도 봄꽃이지만 검푸른 기와지붕도 봄볕에 반짝이는 질항아리들도 무지하게 아름다운 집단으로 공존하는 풍경이에요 이처럼 흥겨운 인터넷 화면의 봄나들이를 도무지 어쩌지요 쌀쌀한 봄바람에 술렁이는 대지의 습성일랑 또 어쩌지요 햇살이 눈부신 날일 수록 정체불명의 신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여겨보고 있대요 조금씩 홀로 떠밀리는 혼자만의 운명일랑 절대 용납하지 않는 무서운 성미지만 나중에라도 알고 보면 참 너그러운 신이라나요 달래 냉이 꽃다지가 당신의 연약한 미각을 자꾸 톡톡 건드리는 힘에 못 이겨 당신이 느리게 몸을 푸는 동안 그 정체불명의 신이 좀 강짜를 부린대요 © 서 량 2009.04,08

2009.04.09

|詩| 목 속의 장작불

목 속에서 장작불이 활활 타고 있어요 목 속으로 봄바람이 연거푸 스며들어요 목 속 어디엔가에 내 유연한 유년기가 실개천처럼 흘러넘쳐요 오밤중에 겨울 숲 속을 헤매는 목이 짧은 동물 그림자가 아른거려요 나는 그 귀여운 동물의 정체를 알아냈어요 분명치는 않지만 아주 분명치는 않지만 불 기운이 트럼펫 소리보다 더 귀에 따가워요 샛별 같은 갈망의 불씨가 탁탁 튀잖아요 오, 불길이 가오리연처럼 미친 가오리연처럼 차가운 하늘로 치솟고 있어요 나는 뒤늦은 깨달음의 허리띠를 조여 매고 푸짐한 털목도리로 목을 감쌉니다 함박눈이 공손히 내리는 3월초에 나는 아무래도 당신의 침범을 이겨낼 재간이 없어요 © 서 량 2009.03.03

2009.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