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은 새벽에만 우는 것이 아니라
아무 때나 울고 싶을 때 마음대로 운다
우박이 쏟아져도 목의 깃털을 부르르 세우고 울고
증권시세 폭락에 전혀 신경 안 쓰고 울고
Brooklyn에서 흑인 소년이 경찰에게 총질을 당해
죽건 말건 자기 울고 싶을 때 내키는 대로 운다
수탉은 오래 운다 마지막 허파꽈리가 틑어지는 순간까지
꼬르륵 하고 숨이 막힐 때까지 운다 목청 좋은 수탉이
Oklahoma에서 목 놓아 울면 황사바람 자욱한
서울 63빌딩 유리창도 덜그럭거린다
詩도 마찬가지로 운다 암탉의 詩건 수탉의 詩건
우렁차게 흐느껴 운다 그들은 때로 저질스럽게 운다 자기
울음 소리에 제풀에 놀라 눈알을 부라리지를 않나 주변에
다른 닭이나 평론가가 있거나 말거나 상관 없다 이미
때가 늦었어! 詩나 암탉이나 수탉들의 울음은 한 번
길게 터졌다가 폭삭 사라지면 고만이다
© 서 량 200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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