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벽 속의 새***

서 량 2009. 4. 21. 21:55

       

      새벽에 이상한
      꿈을 꾸다가 오줌이 마려워 벌떡
      일어나서 속을 비웠다 속을 비운 후 사방을
      둘러 보니 나는 캄캄한 벽 속에 갇혀 있네

       

      내가 죄수였는지가 분명치가 않아
      죄수면 어떻고 간수면 어때 편안한 감옥에서

      평생 따스한 빛을 쪼아먹기는 마찬가지다


      망망한 창공에서 세상을 관찰하는 새
      눈매 하나 날카롭지 검푸른 물속 생선의 몸짓을 샅샅이
      감식하는 저 새의 자유분방한 눈초리를 좀 봐봐

       

      벽 속 거미줄에 매달린 

      낙엽처럼 푸석푸석한 거미 한 마리를 보았다
      봄바람과 교감하는 잡초처럼 흔들리는 거미를

      맛있게 잡아먹는 나는 한 마리 벽 속의 새였다 


      © 서 량 2009.04.21


''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저리도 환한 햇살이라면  (0) 2009.04.28
|詩| 완탕수프와 북두칠성  (0) 2009.04.25
|詩| 인터넷에 잡힌 꽃***  (0) 2009.04.14
|詩| 달님의 눈물  (0) 2009.04.11
|詩| 꽃이 피는 동안  (0) 2009.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