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門) 김종란 문은 열리며 닫힌다 아귀가 맞지 않는 문 건조한 열기에 뒤틀리어 덜거덕거린다 문 턱에 걸려 넘어진다 숲을 이루던 푸르른 미소 낮은 곳에서 노랗게 빛나고 있다 숨겼던 눈물 떨어지는 곳 구부리고 신발 끈을 다시 맨다 노란 잎 뒹굴듯 뒹굴듯이 일어서다 순간 빛나며 쌓여 있다 호흡하며 일어선다 적막(寂寞)에 귀 기울인다 신라 시대에도 네가 그랬듯이 강물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불어 가면 문이 열릴 것이라고 몸을 가볍게 말려 노랗게 흩어지며 목이 긴 새와 함께 나른다 © 김종란 2013.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