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門)
김종란
문은 열리며 닫힌다 아귀가 맞지 않는 문
건조한 열기에 뒤틀리어 덜거덕거린다 문 턱에
걸려 넘어진다 숲을 이루던 푸르른 미소 낮은 곳에서
노랗게 빛나고 있다 숨겼던 눈물 떨어지는 곳
구부리고 신발 끈을 다시 맨다
노란 잎 뒹굴듯 뒹굴듯이 일어서다
순간 빛나며 쌓여 있다 호흡하며 일어선다
적막(寂寞)에 귀 기울인다
신라 시대에도 네가 그랬듯이
강물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불어 가면 문이 열릴 것이라고
몸을 가볍게 말려 노랗게 흩어지며 목이 긴 새와 함께 나른다
© 김종란 2013.09.18
'김종란의 詩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따뜻한 별 / 김종란 (0) | 2023.01.06 |
---|---|
담장, 여백을 두른다 / 김종란 (0) | 2023.01.06 |
몸빛 / 김종란 (0) | 2023.01.05 |
100 도 / 김종란 (0) | 2023.01.05 |
이슬 맺힌 말(言) / 김종란 (0) | 2023.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