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오후에 간들간들 떨어지는 잎새에서 비릿한 향내 피어난다 이거는 중세기 시절 몸집 하나 우람한 흑기사가 목숨을 걸고 사랑하던 송충이 속눈썹에 코가 알맞게 큰 귀부인의 아득한 몸 냄새라고 우기면 고만이다 나는
바스락거리는 거 말고 아무런 딴짓을 못하는 저 갈색 잎새들은 지들 몸에서 무슨 향내가 나건 말건 도무지 알지 못하지 하늘 청명한 시각에 어둠이 한정없이 깔린 땅으로 나 몰라라 하며 아래로 아래로만 떨어지면 고만이다 곧장
© 서 량 2022.10.8
시작 노트:
가을이면 꽃도 꽃이지만 잎새에 눈길이 자주 쏠린다. 가을은 내 청각과 후각을 자극한다. '중세기'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말이 시각(視覺)으로 돌변한다. 가을이면 몸의 오감(五感)이 달아오를 뿐, 내가 굳이 가을을 탄다는 말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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