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두번 째 가을 / 김정기

서 량 2022. 12. 25. 20:04

 

 

두번 째 가을

 

                              김정기 

 

손바닥 실금에서 피가 흘러요

그 줄기가 가을꽃으로 피어

따뜻하게 집안을 덮어도

안개가 안개를 몰아내는 길

돌아가는 길은 멀고 아득해요

죽지 않는 나무들이 몰려와 둑을 막아도

가을은 벌써 봇물로 쏟아져 들어와서

무릎 위를 차오르고 있어요.

두 손에 받든 하루의 무게를 공손하게

맑고 아름다웠던 당신에게 드려요.

손바닥 굵은 금에서 강이 흘러요

이 강은 소리 없는 곳으로 흘러가

가을 억새밭에 당도한대요.

천만가지 빛깔이 어우러진

보기만 하여도 기절할 것 같은

이 가을날이 이제 조금, 아주 조금 눈에 보여요.

 

© 김정기 201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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