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째 가을
김정기
손바닥 실금에서 피가 흘러요
그 줄기가 가을꽃으로 피어
따뜻하게 집안을 덮어도
안개가 안개를 몰아내는 길
돌아가는 길은 멀고 아득해요
죽지 않는 나무들이 몰려와 둑을 막아도
가을은 벌써 봇물로 쏟아져 들어와서
무릎 위를 차오르고 있어요.
두 손에 받든 하루의 무게를 공손하게
맑고 아름다웠던 당신에게 드려요.
손바닥 굵은 금에서 강이 흘러요
이 강은 소리 없는 곳으로 흘러가
가을 억새밭에 당도한대요.
천만가지 빛깔이 어우러진
보기만 하여도 기절할 것 같은
이 가을날이 이제 조금, 아주 조금 눈에 보여요.
© 김정기 201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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