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33

|詩| 가을 보내기

봄도 겨울도 다 괜찮지만 당신은 가을만은 믿지 마세요 골 깊은 땅이 썩을 듯 말듯 젖은 낙엽으로 덮이고 우중중한 산 그림자며 황급히 도망가는 철새며 조석으로 변덕을 일삼는 가을만은 믿지 마세요 둥근 땅과 하늘의 정신이 가물가물해질 수록 당신의 뾰족한 영혼은 더 초롱초롱해 질 거에요 가을은 정답을 주지 않는다 가을은 단지 타고난 소임을 다 할 뿐 보아라 거칠고 조잡한 풀잎을 우적우적 뜯어 먹는 저 허기진 사슴의 무리를 쪽빛 하늘을 잡고 늘어지는 달 덩어리보다 더 고집이 센 천근만근 무거운 구름 떼의 행로를 믿을 수 없으리만치 엄청난 당신의 애착심을 © 서 량 2008.11.12

2008.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