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질문** 열린 음악회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어 시간의 문은 굳게 닫혀있다 금세 인기척이 나면서 누군가 안쪽에서 네? 하는 가을 아침에 박수를 칠 때 한쪽 손바닥이 다른 쪽 손바닥에게 고마운 마음이 전혀 없듯이 나도 당신에게 고마운 마음이 별로 없어요 잡힐 듯 말듯 점점 더 크게 가까.. 詩 2015.09.26
천사를 기다리며 / 임의숙 천사를 기다리며 임의숙 둥 둥 둥 새들의 빈 집에서는 북이 울었다. 불타는 나무의 파편들이 떠 다닌다 바람은 울렁이다 황달이 들었다 전염병이라지, 죽은자와 산자의 모서리쯤 되는 이 계절은 가끔은 잊고 살았을 빈 방에는 천사와 나란히 누워 두 달을 함께 살았다는데 입에서 입으로..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3.11.06
여름이 가고 / 임의숙 여름이 가고 임의숙 방울이 스며들자 그림자가 짙어졌다 가끔은 잊은 듯이 당신은 쌍무지개 띄운 얼굴로 웃다가 물컹한 방울로 굴렀다 나는 젖느라 눈물만 보았을 뿐. 바람의 지문을 따라 가버린 지금 당신이 얼마나 펑펑 울었는지 이제야 듣는다 간절함이 쉬어버린 마른 울음소리 가을..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3.09.06
천사를 기다리며 / 임의숙 천사를 기다리며 임의숙 전염병이라지, 죽은 자와 산 자들의 모서리쯤 되는 이 계절은 불타는 나무들의 파편들이 떠 다니는 바람은 울렁이다 황달 이 들고 불티 묻은 제복을 입은 우리는 고아 아닌 고아의 발 자국을 닮아갔다 (고독 안에는 엄마 아빠가 존재하지 않아 나 도 나를 잃어 버..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2.10.19
나무, 그늘 시계 / 임의숙 나무, 그늘 시계 임의숙 푸른 연애의 접힌 반쪽으로 여름은 붉은 얼굴로 돌아오고 나는 여전히 당신이 독신이라 생각한다 그들이 당신의 풍성한 머리카락을 좋아하는 것은 은둔지로 적합한 비밀의 방, 3 시에서 4 시 사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빈 공간에는 상상이 아직 태어나지 않..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2.09.29
|Poem| London Olympics London Olympics The summer's blocking the sky On the margin of the summer I hear the sound of frogs Male chorus entering on and off the pretty high-pitched sound range Very young men and women are flocking together in London. Fluffy clouds are embracing the top of Himalaya. Must living organisms entangle really that ferociously. The swimmers with wilting bodies are closing the.. Poems, Ryang Suh 2012.08.01
가을 폭설 / 조성자 가을 폭설 조성자 시월 폭설로 한 쪽 어깨가 찢어진 아그배나무 살가죽 위로 눈 녹아 쓰리다 지나던 바람 사마리아인처럼 압박붕대로 둘둘 감기며 지혈을 하고 햇살 한 컵 받아 국화 향 진통제를 먹인다 단풍나무 이파리가 낮 꿈을 꾼 듯 뒷목을 긁적이며 부스스 일어선다 마주보..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1.11.21
|컬럼| 140. 가을을 위한 합창 며칠 전 뉴저지의 한 내과의사 집에서 열렸던 소프라노 홍혜란의 비공식 독창회를 잊지 못한다. 2011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의 그랑프리 수상자다운 깊은 감동의 물결이 있었다. 'soprano'는 라틴어로 '높은 목소리'라는 뜻이었고 현대영어 'super'의 근원이었고 원래는 높거나 특출하다는 의미였다. 'super'..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11.09.19
가을이 내린다 / 최양숙 가을이 내린다 최양숙 투명한 햇살이 빚어냈던 눈부신 시절을 떨어뜨린다. 땅에서 끌어올렸던 달콤한 즙도 이제는 제자리로 돌려보낸다 지난 밤 꿈꾸었던 내일도 떨어뜨린다 주인공인양 했던 꽃잎의 섬세한 색깔이 흙으로 돌아갈 때 모든 색을 비벼서 뒤집어 보리라 한번쯤은 초록을 벗어버리고 나..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0.10.27
오랜 친구 / 전애자 오랜 친구 전애자 올해도 가을이 찾아와 / 잘 있었냐고 묻는다./ 나는 고개를 끄떡인다. / 가을은 빙그레 웃는다. 그녀는 미국에서 알게된 유일한 오랜 친구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는 말 수도 많지 않고 귀품이 흘렀었다. 그런데 20년이란 세월이 그녀는 말이 많은 전형적인 아줌마로 변화시켰다. 나..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0.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