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다시 대천 해수욕장으로

서 량 2016. 9. 4. 02:24


가을이 운명처럼

살금살금 다가오는 9월 초에 다시

슬며시 얼굴을 드는 여름, 그것도 한여름이

어김없이 꼭 옛날 대천 해수욕장 같은 데서 말이징

 

그건 정말 내 나이 11살 때 생겨난 바다를 향한

생뚱맞은 놀라움 때문이었어

 

뭉게구름 앞에서 고개를 푹 숙였다가 잠시 후

서슬이 시퍼렇게 살아나서 귀밑머리가 쑥밭이 되는

바닷바람 찬바람 한복판으로, 천천히 술렁이는 물기둥  

저 차분한 물살 속으로, 당신이 철버덩 시방

온몸을 던지고 싶다는 말이징

이토록 신선한 아침에

 

© 서 량 201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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