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485

|컬럼| 212. 살벌한 양심

정신분석학에서 사람 마음을 이드(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로 삼등분 하는 것을 아마 당신은 알고 있을 것이다. 초자아라는 말이 너무 고리타분하게 들리는 점도 있고 해서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양심이라 부르면서 이야기를 꺼낼까 한다. 양심은 사람들이 살면서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도덕성을 일컫는다. 양심은 또한 우리가 순간순간 내리는 사회적 판단의 기준이기도 하다. 때에 따라 당신은 죄와 벌을 판가름하는 냉철한 검사가 되기도 하고 상황을 잘 검토해서 배심원들에게 호소하는 인정 많은 변호사가 되기도 한다. 요컨대 양심은 혹독한 비판과 따스한 배려가 공존하는 이상한 양면성으로 우리를 곧잘 혼동시킨다. 거의 매일을 신문에서 보는 사퇴(辭退)라는 단어를 찾아 보았다. 말씀 사, 물러..

|컬럼| 208. 출생의 비밀

5월은 가정의 달. 당신이 '가정'이라 알고 있는 'family'가 15세기경에는 한 가구에 속해있는 '하인들(servants)'을 뜻하는 집합명사였단다. 얼른 들으면 상식에 어긋나는 사설이지만, 내 말을 믿어다오, 이건 문헌상에 버젓이 검증된 사실이다. 'family'가 같은 조상에서 출생한 부모형제를 뜻하는 현대적 의미로 자리를 잡은 것은 17세기쯤이었다. 지금은 가정에 충실한 남자를 일컫는 'family man'도 19세기 초에는 도둑이라는 뜻이었다. 이렇게 양키들의 가정에 대한 인식은 이상하다. 근력 좋은 하인이거나 식솔을 위해 도둑질을 일삼던 서구의 가장(家長)들은 도무지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next of kin'은 가까운 가족이라는 뜻. 'kin (친족)'은 고대영어 'cynn'에서 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