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부채표 활명수 커다란 빛 다발이 미세한 소음으로 터질 즈음, 물컹한 올가닉 부유물들이 우주에 떠다녔다던데 단백질 응어리가 구름처럼 몰려들어 늑대나 들개같이 돌연변이로, 그렇게 떼거지로 불쑥불쑥 태어났다지요, 함부로 '너희들에게 갈증이 있으리라'고 조물주가 무게 있게 귀띔을 해 줬다는 거야 누군가는 .. 詩 2010.09.26
|詩| 새와 나 당신과 나 사이의 유대감에 대하여 생각한다. 당신과 내가 영원히 밀착한 체위로 존속할 수 없다는 축복이 새롭기만 하다. 우리들의 자유가 무엇인지 잘 알 수 없지만 자유는 그래도 얼마 만큼의 공허를 필수로 하는 것 같아. 새 한 마리가 가을 가슴팍을 꿰뚫고 날아간다. 나도 그와 어울.. 詩 2010.09.21
|詩| 빵 빵 -- TV드라마「제빵왕 김탁구」를 보며 사건의 실마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건 서로의 생존을 위하여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는 동작이었다 사람 냄새와 빵 냄새가 뒤섞인다 산 모퉁이 끝자락 뒤쪽으로 비구름이 기꺼이 사라질 것이다 용서하지 못한다 빵을 허용할 수 없다 발효시간 동.. 詩 2010.09.14
|詩| 붕어의 탈바꿈* 붕어가 살결이 기름지고 혼령이 풍요하면 잉어로 탈바꿈한다 하셨지요 붕어 몸에 장난 삼아 알록달록한 페인트칠을 하면 옛날 서울 신신 백화점 분수대의 내 팔뚝만한 크기의 잉어가 된다 하셨지요 미끈거리는 피부의 자이언트 금붕어가 아가미를 펄떡거리는 호흡법에 등골이 서늘해졌.. 詩 2010.09.01
|詩| 살(殺) -- 6.25를 배경으로 한 영화 <포화 속으로>를 보고 내 살이 누가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도 저 혼자 움찔움찔 소동을 피우거나 평생 처음 교접하는 타인의 살과 어느 순간 주인들 마음과 상관 없이 어처구니 없이 생기(生氣)를 뿜으며 얽힐 때, 이거 뭐야? 하다가 응! 내 살이 당신 살과 크게 다르지 않.. 詩 2010.08.02
|詩| 시인은 태어난다,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 그리고 나서 출판사 늙은이는 열정이 넘치는 젊은이가 흐뭇하게 웃으며 미친 듯이 펜과 잉크와 압지를 갖으려 뛰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 젊은이의 시집을 출판할 생각을 하자 늙은이의 표정은 엄격하고 슬프게 변했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루이스 캐롤 (Lewis Carroll: 1832-1898).. 詩 2010.07.27
|詩| 구름을 뛰어넘는 다람쥐 진실로 저라는 존재는 없습니다 다만 저는 지금을 사는 척하면서 한 가닥 미미한 생명을 영위할 뿐이랍니다 더더구나, "존재론적 탐색"이라는 개념일랑 백 번을 죽었다 깨어나도 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합니다 제 풍성한 꼬리, 저 어둡고 울창한 모세혈관이, 교묘한 우주의 방향감각이, 저를 후루룩 .. 詩 2010.07.25
|詩| 금붕어의 긴급동의 그런 일은 화려한 동물왕국 귀여운 짐승들 몽롱한 꿈 속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라던데요 바람에 바스러지는 낙엽의 참뜻이나, 심심산천 계곡의 바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래요 큼지막한 거북이가 하이 테너로 노래하는 메뚜기 한 놈을 날름 잡아 먹네 입맛을 짭짭 다시며, 몸.. 詩 2010.07.07
|詩| 재즈 비트** 초여름 오후에 비가 우람하게 쏟아지는 정경을 눈 앞에 그려보세요 머리 속으로라도 괜찮아요 물줄기가 등뼈 양쪽 맨살을 사정없이 내려치는 그런 후줄근한 생각을 해보세요 한 번 귀따가운 사이렌 소리가 울립니다 이미 귀에 익숙해진 소리라고나 할까요 초여름이면 금방 시드는 꽃처.. 詩 2010.06.30
|詩| 몸매 내사 참말로 모르겠다 어깨 허리 팔 다리 게다가 아랫배가 뭐시라고 나나 당신이나 그리도 노심초사 신경을 쓰노 겉으로는 짐짓 머리 매무새를 고치면서 내심 몰래 몸뚱이에만 눈독을 들이노 고개를 버쩍 들어 저 청명한 하늘을 봐라 대학교도 안 나온 저 막무가내 구름을 봐봐라 우리들.. 詩 2010.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