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혁명 맞아! 요 며칠 사이에 세상이 뒤집힌 거야 천지가 개벽한 거야 전부터 눈치가 이상하다 했지만 마음만 내키면 2,3일 사이가 몇 천 년 몇 억 년보다 더 유력하다는 걸 당신은 용케 알고 있었지 겉으로는 모르는 척했지만 짐짓 모르는 척했지만 고개를 숙인 채 곁을 살피면서 맞아요! 귀신이 곡할 노릇이.. 詩 2011.05.09
|詩| 밀물** 흰색과 보라색이 교대로 시야를 어지럽혔다지 커다란 회오리 물살이 엇박자로 어우렁더우렁 춤을 춘다 굵직한 남성합창소리가 들렸어요 파도가 길 잃은 양떼처럼 엎치락뒤치락하는 광경을 저는 차마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바다가 당신 거실로 밀치고 들어선 것을 결코 우연의.. 詩 2011.04.28
|詩| Full Stop 지금부터 한참 후 장미 빛 신호등 앞에서 직진차량이 모두 멎을 때 나 또한 정지할 거다 무심코 옆을 보거나 아예 그럴 겨를조차 없이 앞만, 똑바로 앞만 보며 지긋이 브레이크를 밟을 거다 출발이나 도착 시간이 꼭 예정대로래요 차창을 스치는 세상 밖을 한껏 살피고 있어요 수정 빛 햇살, 햇살이 함.. 詩 2011.04.24
|詩| 드럼 솔로 마지막 부분* 구름의 풀어진 머리, 헝클어진 머리칼이 길기도 하다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한 가닥씩 하나하나 풀어줬으면 했어요 수평선이 슬그머니 찌그러져요 바다는 숨막히게 거대한 소리 덩어리다 티티티 트트트, 티티티 트트트 모든 게 드럼이 때리는 3연음부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드럼 비.. 詩 2011.04.22
|詩| 만남 그토록 염원하던 부딪침이었길래 내 후끈한 중뇌(中腦) 속 휴화산의 미련스런 저지레였기에 어서 너 오너라 청천벽력이여 오너라 이리 내게 와지끈 그토록 직사하게 맞고 잪은 안달이었길래 © 서 량 2011.04.15 詩 2011.04.15
|詩| 불량품들 은 숟갈이 만고불변이래요 은 젓가락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금속제품은 대개 불미스럽고 젓가락도 아주 불안정해요 그 둘은 걸핏하면 서로에게 난폭해진다는 소문입니다 호젓한 밥상 위에 올라들 앉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다던데 무슨 생각도 하지 말자! 하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새봄 새싹.. 詩 2011.04.08
|詩| 희한한 기억 추억은 미련이나 다름없어요 그건 화려하거나 아주 어처구니 없이 음침한 혹은 좀 메스꺼운 우리의 실상입니다 부끄러울 것 하나 없는 기억이 기록하는 글쎄요 당신 영혼의 정체현상은 정말 시시한 실황중계입니다 그건 역사학자들이 임의로 조작하는 허위에요 실존은 기억이라기보다 아찔한 창조.. 詩 2011.04.01
|詩| 타고난 행복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알맞은 거리에서 산과 사람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아닌지를 우아하게 관찰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산을 정복하겠다는 생각을 애초부터 하지 마세요 응, 알았어 산의 품에 안기는 주제에 산을 정복하다니 등산을 하지 않고 등산객들을 유심히 관찰만 하며 지내는 사람들 .. 詩 2011.03.28
|詩| 산 타기 몇몇 등산객은 등산복 색상이 크게 요란스럽지 않았어요 쓸데없이 날카로운 사고방식이 양떼구름을 꿰뚫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고리타분한 권위의식도 마찬가지에요 앞장서서 떼지어 가는 사람들이 손에 잡힐 듯 말듯 하네 우리는 이렇게 억지로 산을 타야 하나요 땀이 진눈깨비처럼 쏟아집니다 .. 詩 2011.03.24
|詩| 옷깃 아주 끈을 풀어 주는 게 어때 내일 속에 꽁꽁 묶여 아래만 내려다보는 키 큰 나무의 딱딱한 눈길, 헐벗은 시선에 맺힌 채찍자국에서 처연한 꽃 한 송이 아지랑이로 피어나는데 가시화(可視化)의 현란한 요술에 푹 빠져서 도무지 헤어나지 못하지? 떨리는 눈까풀 속에 뭐가 들어있길래 그러나 들린다 부.. 詩 2011.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