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살(殺)

서 량 2010. 8. 2. 05:21

  

-- 6.25를 배경으로 한 영화 <포화 속으로>를 보고

 

내 살이 누가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도

저 혼자 움찔움찔 소동을 피우거나

평생 처음 교접하는 타인의 살과 어느 순간

주인들 마음과 상관 없이 어처구니 없이

생기(生氣)를 뿜으며 얽힐 때, 이거 뭐야? 하다가

응! 내 살이 당신 살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는 

느낌을 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등골부터 꽁지 뼈 까지 찌르르 나를 감전시키는 살기(殺氣)

 

북조선 빨갱이들이

발바닥이 뜨끔하도록 내 전신을

짓밟지를 않나, 달콤한

피 비린내, 비단처럼 부드러운 손길을 마다하고

우리끼리 엄청난 살기(殺氣)를 죄다 내보이며

교전하는 거친 숨소리가

저 잔인한 신의 사랑스런 의도라면

당신 정말 어쩔래 

 

© 서 량 2010.07.31

''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빵  (0) 2010.09.14
|詩| 붕어의 탈바꿈*  (0) 2010.09.01
|詩| 시인은 태어난다,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0) 2010.07.27
|詩| 구름을 뛰어넘는 다람쥐  (0) 2010.07.25
|詩| 금붕어의 긴급동의  (0) 2010.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