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부채표 활명수

서 량 2010. 9. 26. 10:56

 

 

커다란 빛 다발이 미세한

소음으로 터질 즈음, 물컹한 올가닉

부유물들이 우주에 떠다녔다던데

단백질 응어리가 구름처럼 몰려들어 늑대나

들개같이 돌연변이로, 그렇게 떼거지로

불쑥불쑥 태어났다지요, 함부로

 

'너희들에게 갈증이 있으리라'

조물주가 무게 있게 귀띔을 해 줬다는 거야

누군가는 또 '이건 정말 견디기 힘듭니다' 하며

모기만한 목소리로 반항을 했다던데요

 

당신의 갈증은 활명수 하나로 결단이 난다

 

내장이 몰캉몰캉 뒤틀리고 뒤집혀도

쓸개며 허파꽈리에 살랑 바람을 일으키는 부채표

활명수 한 병으로 조갈이 삽시간에 사라졌어요

이게, 맨날 시뻘건 등에 채찍자국이 찍히면서

망망대해에 노를 저어온 저 근육이 튼튼한 노예들,

바로 당신과 나의 기막힌 사연이라면?

 

© 서 량 201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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