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사소한 예감 각기 색깔이 다른 탐조등 서넛이 서로 각도가 엇갈리면서 암흑을 절단한다 당신 생각이 자꾸 예각으로 쪼개진다 도깨비들이 눈에서 새파란 전파를 지직, 지지직 방출하는 걸 보았지 아무래도 그들을 내 방에서 혼이 쑥 빠지도록 쫓아내야겠어 알맞게 두들겨 팬 후 속이 찔끔해지는 말을 .. 詩 2011.02.17
|詩| 까마귀, 또는 등홍색 투명한 우롱(烏龍)차를 마신다 먼 동양에서 절반만 발효된 식물, 걸리버 여행기 소인국에서인지 당신이 채집한 식물이 까마귀, 또는 용 모습으로 내게 꼬물꼬물 기어온다 본 적도 없는 식물의 체액이 내 체중을 썩둑 감량시킨다 극동지역에서 뉴욕까지 커다란 핏줄이 생겼어요 동맥경화증을 .. 詩 2011.02.14
|詩| 화 다스리기** 조각달 같은 마늘은 어떨까 몰라 마늘이 최고라던데 악귀를 쫓는 마늘이 마음과 몸에 무진장 좋다던데 손톱만치 작은 분노가 혈압을 왈칵 올린대요 아침 저녁으로 외풍 시원한 마루방 같은 데서 뜨거운 물에 맨밥 말아먹으며 내 뒷마당 풀밭 토끼처럼 반찬 없이 살아야겠는데 젊은 큰삼.. 詩 2011.01.29
|詩| 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다수(多數)의 의미를 알겠다 다수는 밉살스럽고 다수는 날 상처 주려는 것 걸핏하면 골을 내는 소수가 난동을 치는 것 또한 무지막지하게 무섭지만 말이지 비둘기도 멸치 떼도 테러리스트도 소녀시대도 당신은 잘 생각해야 돼 다수를 피하려 한다 의사협회도 문인협회도 다 마찬가지입.. 詩 2011.01.25
|詩| 겨울을 비우라니!** 제물의 시대가 거(去)하고 선물의 시대가 내(來)했도다 겨울바람이 내게 속삭이노라 시험을 당할 때마다 시험을 거부할지어다 깔깔거리며 뛰노는 저 철부지 아이들의 눈빛을 보아라 원망의 시대가 거(去)하고 즐거움의 시대가 내(來)했도다 나 이제 겨울을 콧노래를 부르며 가볍게 둥실 .. 詩 2011.01.19
|詩| 비누 향기 유황 불길이 뱀 혓바닥처럼 날름대는 지하에서 일어나는 선과 악의 대결 같은 거요 올림픽 경기 포환 던지기의 구심력 같은 거 말이지요 나와 물 사이에 아찔한 견인력이 적용된다 유황 불길이 비릿한 땅콩 냄새를 풍기며 승천하고 있어요 이건 정말 부활입니다 아, 머리칼이 마구 헝클어지네 이제는 .. 詩 2011.01.06
|詩| 혹한 저 소스라치는 겨울 바람 속에서 조용한 광기(狂氣)가 살쾡이처럼 등허리를 펴는 동작을 렌즈에 찰칵 담았니? 새들의 비명과 다람쥐의 과속질주가 사납게 버려진 들판에 차디 찬 눈물방울들이 비단결 무늬 성애로 스며드는 걸 흑백사진으로 옮겼다고? 속옷마저 벗어 던진 나무들이 음산.. 詩 2010.12.16
|詩| 북어, 발이 네 개가** 북어가 도롱뇽처럼 발이 네 개가 있어서 바다 밑바닥을 도롱뇽 발짓으로 엉금엉금 기어간다 등허리가 배추 빛이고 배는 생선 배답게 유들유들한 흰색이네 혹시 육지를 오래 짝사랑하던 라일락 색 보라색인지도 몰라요 북어의 심층심리를 알 것 같네 북어는 심리현상 같은 게 아예 처음.. 詩 2010.12.07
|詩| 늦가을 비 그러길래 내가 뭐랬어 곰팡이 냄새 물씬한 비가 누추한 강변을 적시는 그런 구질구질한 비가 내릴 때 같은 때 당신이 음침한 흑백사진을 찍는다거나 잃어버린 사랑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 게 무모하기 짝이 없는 짓이라고 내가 몇 번을 당부했어 안 했어 화사한 햇살이 멀미처럼 출렁이던 늦가을 오후는 가고 없고 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비가 나 몰라라 하며 내린다 지하실에도 다락방에도 컴퓨터 모니터에도 날 보고 어쩌란 말이야 하며 큰 소리도 치지 않고 내린다 내일 죽어도 별로 할 말이 없다는 듯 거침 없이 죽죽 잘만 내린다 © 서 량 2010.11.23 詩 2010.11.23
|詩| 여기다!** 가로등도 없는 가령 어느 몽롱한 환상 속 외곽도로를 운전할 때 당신의 동공은 동물적으로 확대된다 그렇습니다 사람은 대략 길 잃은 천사입니다 혹은 악마일 수도 있지 누가 40대를 불혹의 나이라 했던가 우리는 동시성으로 흔들린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는 습관을 끊은지 꽤 오.. 詩 2010.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