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시인은 태어난다,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서 량 2010. 7. 27. 21:03

 

그리고 나서 출판사 늙은이는
  열정이 넘치는 젊은이가 흐뭇하게 웃으며 미친 듯이
  펜과 잉크와 압지를 갖으려 뛰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 젊은이의 시집을 출판할 생각을 하자
  늙은이의 표정은 엄격하고 슬프게 변했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루이스 캐롤 (Lewis Carroll: 1832-1898)의 시,
      <시인은 만들어진다,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에서 --

                           *

장미가 장미로 개구리가

개구리로 태어나 듯
도살자는 도살자로 시인은 시인으로 태어난다고
오래 숨겨왔던 진실을 털어 놓을 때처럼

확실하게 말해 보라

 
화려한 시인이 되고 싶은 유혹을 끝내 이기지 못하고
새벽 두 시가 넘도록, 시혼(詩魂)의 등뼈가

네온사인처럼 푸르락 누르락 발광(發光)하도록
미친 듯이 시를 다듬질하는 자신을 향하여

© 서 량 200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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