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839

|詩| 뜬 눈으로 꾸는 꿈

내가 당신의 서늘한 살결과 머리칼을 탐하는 것은 물론 내 자신의 눈을 통해서다 눈 없이 나는 못 산다 이상도 해라 당신을 탐하는 내 천연색 꿈 색깔이 눈을 감으면 감을 수록 더더욱 선명해지는 것! 내가 뜬 눈으로 꾸는 꿈은 맨손으로 잡으려고 손사래 치는 초점이 흐리멍덩한 무지개다 알록달록한 빛의 비밀을 품고 오늘도 꾹 감겨만 있는 당신 눈이다 © 서 량 2002.07.20 - 2008.09.26 (문학사상사, 2003) 시집 소개: http://www.munsa.co.kr/GoodsDetail.asp?GoodsID=670

발표된 詩 2008.09.26

|컬럼| 58. 바보 천치

바보 혹은 천치를 의미하는 영어의 'idiot'는 14세기경 희랍어로 'idiotes'라 했는데 원래는 '평민' 혹은 '개인적인(private)'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당시에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대우를 받았고 사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차별을 받았다. 우리의 선조들도 국록을 받는 양반과 개인 영업을 하는 상인들을 다른 눈으로 보았다. 고대불어에서 'idiote'는 교육을 받지 못한 무식한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라틴어에서도 'idiota'는 프로페셔널이 아닌 갑남을녀를 지칭했다. 그러나 17세기 말에 'idioma'라는 단어가 파생됐는데 관용어나 숙어라는 뜻이었다. 현대어로 'idiom'이라 한다. 공인과 개인을 차별하는 사고방식이 아직도 군대에서는 엄연히 존재한다. 계급이 높은 장교를 '..

|詩| 낮에 노는 강

강이 재잘대는 강물이 낮 동안 실컷 놀다가 물고기와 더불어 까불며 놀다가 밤이 되면 말도 안 하고 웃음도 그치고 이중인격자 안색으로 슬금슬금 일을 하는 거야 일이라는 게 가만이 보면 바다로 바다 쪽으로만 흘러가는 짓 훌륭한 작업이에요 그런데 강물은 그 짓을 밤에만 한대나 봐 낙엽은 또 보라는 듯이 낮에만 떨어지잖아 밤에는 끈적한 수액을 몸 속에 똘똘 다진 다음 남은 힘으로 까칠한 가지를 끌어안고 자고 애써 자고 환한 햇살의 위로를 받아들이며 다음 날쯤 휘청휘청 떨어지고요 낙엽이 말이에요 누런 낙엽 한 잎 강물에 술렁술렁 떠내려 가네 그림 같은 낙엽 한 잎 얇은 그림자 낙엽 한 잎이 강물이 재잘재잘 떠들면서 낮 동안 실컷 노는 사이에 © 서 량 2008.09.18

2008.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