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매 사나운 훈련담당 하사관이 앞으로
갓! 하고 난 후 몇 초도 안 돼서 뒤로 돌아
갓! 하는 통에 얼이 쑥 빠져 나팔꽃이 앞으로
가다가 얼른 뒤로 돌아간다 나도 얼이 빠진다
나팔꽃뿐만 아니라 살구꽃도 건방진 장미도
평생 한 번 본 적도 없는 야생화도
보일 듯 말듯한 북두칠성의
여섯 번째 별도 뒤로 돌아 간다 나도
뒤 돌아 갈 것이다 구령에 경쾌하게 발 맞추어
훈련담당 하사관이 단상에서 호령을 치네
나보다 나이도 한참 어린 놈이
내 다리근육을 지 마음대로 척척 움직이네
여럿이 발 맞추는 행진은 즐겁다 우향우!
좌향좌! 우향 앞으로
갓! 할 때 나 혼자서만 좌향 앞으로 가네 쓸쓸해라
너무 썰렁해 내 옆에 아무도 없다 근데
눈매 싸늘한 훈련담당 하사관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뭣들을 하고 있을까
© 서 량 200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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