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839

|컬럼| 10.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것

영국 속담에 ‘Over-niceness is under-niceness’ 라는 말이 있다. ‘과잉친절은 불친절’이라는 진리를 시사하는 근사한 격언이다. ‘nice’는 ‘친절하고 인정미가 있다’는 말 같지만 그 뜻을 정식으로 찾아 보면 우리는 매우 당황한다. 오래 전에 미국 올 때 들고 온, 지금은 앞뒤 표지가 다 떨어지고 없는 누런 영한사전에 ‘nice’는 다음과 같이 설명돼 있다. nice: 1.몹시 가리는, 까다로운 2.세심한 주의를 요하는, 다루기 힘든 3.세밀한, 딱딱한, 꼼꼼한 4.유쾌한, 기분 좋은 5.예쁜, 귀여운 6.인정미가 있는, 친절한 7.얌전한, 품위 있는 8.난처한, 싫은, 귀찮은. 위의 8개 항목 중에서 좋은 뜻은 4, 5, 6, 7번, 네 개뿐이다. 결국 좋은 뜻과 나쁜 뜻이 반..

|컬럼| 9. 똑똑한 사람은 남을 아프게 한다

어릴 적에 할머니가 ‘사람이 눈치가 있어야 절에 가도 새우젖을 얻어먹는다’ 라고 말씀하시던 기억이 난다. 우리말 어원사전에 의하면 ‘눈치’는 ‘눈(眼)’과 ‘한 치, 두 치’ 하는 치수의 기본 단위가 합쳐진 말이라 한다. 쉽게 말해서 ‘눈’으로 재는 ‘치수’를 뜻하고 그 눈대중이 빠른 사람을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 부른다. 눈치라는 의미에 꼭 맞는 단어가 영어에는 없지만 가장 가깝게는 ‘smarts’라는 표현이 있다. 1970년 대에 만들어진 속어로 복수형 명사다. ‘He has street smarts’ 하면 세상 물정에 밝다는 의미. 우리말 관용구에 ‘척하면 삼천리’ 라는 표현도 눈치와 상황판단이 재빠르다는 뜻이다. 통상 ‘영리한, 똑똑한, 총명한’이라는 형용사로 익히 알려진 ‘smart’를 동사로 쓸..

|컬럼| 8. 뜨거운 것이 좋아

1959년도 영화, 마리린 몬로와 토니 커티스와 잭 레몬이 열연한 ‘Some like it hot'(뜨거운 것이 좋아)가 당신은 생각이 날지 모르겠다. 잭 레몬이, “I'm afraid it may take a little longer(생각보다 오래 걸릴 거 같은 데요)"라 말했을 때 마리린 몬로가 한 달콤한 응답을 혹시 기억하는가. "It’s not how long it takes. It's who's taking you(얼마나 오래 걸리느냐가 아니라 누가 당신을 동반하느냐가 중요한 거에요)" '뜨거운 것이 좋아'는 다분히 체열적(體熱的)인 뉘앙스를 풍긴다. 뜨겁다는 말이 성적(性的) 흥분을 암시함을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한 생명체가 성적인 욕구에 휩싸였을 때 혈액순환이 왕성해지고 체온이 상승해서 ..

|컬럼| 7. 'Shooting Star'와 별똥별

‘shooting star’를 우리말로 별똥별이라 하고 한자로는 유성(流星)이라고 한다. 별이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순간 양키들은 화살이나 총알이 시공을 횡단하는데 착안점을 두었고 한국인들은 소화기의 말단부에서 유출되는 대변을 연상했고 중국인들은 삽시간에 사라지는 별의 발작적인 동작을 마치도 물이 유유하게 이동하는 것으로 보아 ‘흐르는 별’이라고 했으니 세 민족간의 사고방식 차이가 참으로 다채롭다. "Can I tell you something? (말씀 좀 드려도 될까요)"하며 누가 접근해 왔을 때 "말 해 봐!"라고 허물 없이 반응 하고 싶으면 당신은 얼른 "Shoot!"이라 대꾸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 사이에 이것을 직역해서 "쏘세요" 라고 하면 매우 쌍스럽게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말의 ‘쏜다..

|컬럼| 6. 수퍼맨 유감

‘super’는 라틴어로 ‘above; over; beyond’라는 뜻. 우리말로는 ‘높게; 위쪽으로; 너머’라는 의미다. 무엇을 뛰어 넘는다거나 초월한다는 뜻으로 아주 자주 쓰는 말. ‘super’가 들어가는 단어로는 ‘superiority; supermarket; superintendent; superego; supervisor’ (우월; 슈퍼마켓; 아파트관리자; 초자아; 감독) 같은 것들이 쉽게 떠오른다. 짤막한 감탄사로 ‘Super!’ 하면 ‘훌륭해!’라는 뜻. 또 다른 예로는, 몸에 꼭 끼는 청색 쫄쫄이에 붉은 망토를 입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Superman’ 또한 빼 놓을 수 없다. 1932년에 제리 시걸(Jerry Siegel)과 조 슈스터(Joe Schuster)라는 18살 짜리 두 틴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