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재잘대는 강물이
낮 동안 실컷 놀다가 물고기와 더불어 까불며 놀다가
밤이 되면 말도 안 하고 웃음도 그치고 이중인격자
안색으로 슬금슬금 일을 하는 거야 일이라는 게
가만이 보면 바다로 바다 쪽으로만 흘러가는 짓
훌륭한 작업이에요 그런데
강물은 그 짓을 밤에만 한대나 봐
낙엽은 또 보라는 듯이 낮에만 떨어지잖아
밤에는 끈적한 수액을 몸 속에 똘똘 다진 다음
남은 힘으로 까칠한 가지를 끌어안고 자고 애써 자고
환한 햇살의 위로를 받아들이며 다음 날쯤
휘청휘청 떨어지고요 낙엽이 말이에요
누런 낙엽 한 잎 강물에 술렁술렁 떠내려 가네
그림 같은 낙엽 한 잎 얇은 그림자 낙엽 한 잎이
강물이 재잘재잘 떠들면서 낮 동안 실컷 노는 사이에
© 서 량 200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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