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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476. 익숙하다니

익숙하다는 말이 한자어인 줄 알았다. 아니다. ‘익熟’은 순수 우리말과 한자의 혼성어다. (熟: 익을 숙)  ‘익다’는 열매, 씨가 여물거나, 고기, 채소, 곡식 따위의 날것이 뜨거운 열을 받아 그 성질과 맛이 달라지거나, 김치, 술, 장 따위가 맛이 든다는 뜻이라 사전은 풀이한다. ‘익숙’은 해변가, 처갓집처럼 같은 뜻을 두 번씩이나 반복하는 낱말이다. ‘익다’에는 ‘자주 경험하여 서투르지 않다’, ‘여러 번 겪어 설지 않다’는 뜻이 있다. 충분히 익지 않은 상태를 ‘설익다’라 하고 낯설다는 말은 다른 사람의 낯이 익숙하지 않다는 의미. ‘설다’도 순수 우리말로서 ‘익다’의 반대말. ‘설날’은 새로운 해의 첫날이 낯설은 날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위키백과는 해명한다. 설날은 설익은 날. 해묵은 날이 아..

|詩| 무대장치

무대장치 뺨에 힘이 저절로 들어가네은빛 마이크로폰 우뚝우뚝 서있는 무대바리톤 솔로 웃는 얼굴비행장을 으어어~♪ 노래하네 저도 몰래 낮게 신음하는 피아니스트 구슬픈 클라리넷 멜로디를 타고비행기 한대 붕 뜨는 캄캄한 무대배경 詩作 노트:2003년에 비엔나 근교 Linz 조그만 강당에서 동생이 내 詩에 곡을 입힌 ‘비행장’을 연주한 스토리다 이거   ⓒ 서 량 2024.09.14

2024.09.14

|詩| 한참 전 일

한참 전 일 청춘이 밤을 지날 때거나 목마른 나무라는 제목이었을 거다 정진우 감독이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신성일 엄앵란 둘이서 서로서로 좋아하더라 흑백 영화가 당신을 감동시킬 때가 있지 세상은 어쩔 수 없는 천연색 영웅이 따로 없어요 그 당시 내 정신상태는 올데갈데없는 시정잡배였다 흑백의 신성일 엄앵란이 허름한 여관 비좁은 침대에서 불안해서 서로서로 몸싸움을 벌일 때  詩作 노트:내 나이 스무 살도 못된 시절에 신성일하고 엄앵란이가 내 청춘을 대변했다 신성일이 걸음걸이마저 흉내 냈다 ⓒ 서 량 2024.09.12

2024.09.12

|詩| Times Square

Times Square 거기에 가면 얼이 쑥 빠지는 거지Manhattan 7th Ave 42nd StBroadway 언저리 Shake Shack 햄버거빨간 플라밍고 S자 목이 늘 아프다는 거지 음, 음 하는 후렴패티 김 노래, 노래 언덕 위의 하얀 집통도사 가는 길에 깔리는 默音을 음미한다바람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거기에 가면 詩作 노트:아들놈하고 배가 출출해서 타임즈 스퀘어 길가에 앉았다늘 요란하면서 통도사 가는 길처럼 뼈저리게 적막한 곳  ⓒ 서 량 2024.09.09

2024.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