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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목련이 쿵 하면서

목련이 땅에 떨어질 때 무슨 소리가 날 것이라는 생각이다 쿵 하는 타박상 이상의 충격이거나 들릴락 말락 하는 손목시계의 실고추 같은 빨간 초침이 재깍재깍 돌아가는 소리랄지 혹은 근사한 포도주 잔이 쨍그랑 깨지는 경악인지도 몰라 그것은 나무가 점점 더 노골적으로 신음하면서 의식이 돌아오는 4월 찬바람 속 스산한 기쁨일 수도 있다 그나저나 나는 언제나 목련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를 고개를 심하게 갸우뚱하지 않고도 제대로 잡아내는 경지에 들어갈 것인지 지금으로서도 자못 궁금한 심정이다 © 서 량 2002.04.16 -- 두 번째 시집 수록 (2003) 시작 노트: 20년 전에 쓴 시에 대하여 동정심을 품는다. 시를 일말의 소회, 수상, 스쳐가는 느낌의 직설적 표현 같은 것으로 치부하던 시절이었다. 그 상투적인 ..

발표된 詩 2024.04.16

|詩| 빈센트 반 고흐의 슬픔

빈센트 반 고흐의 슬픔 폭풍의 중심은 요지부동의 기쁨이다 빛줄기 장대 빛줄기 쏟아지는 광야에서 빛다발로 치도곤이 두들겨 맞는 당신늘 샛노란 해바라기 잎새 잎새 펄럭이는 하늘 밑나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싼다 詩作 노트:맨해튼 남단 허드슨강 주변에서 관람한 Gogh Exhibition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몇 년 전 일이었다 © 2024.04.11

|詩| 동물도시

동물도시 사자 기린 코끼리 토끼 개 하마 코뿔소 늑대 원숭이 아기 원숭이나는 고릴라 앞에서 손을 높이 든다Lower Manhattan  찬 바람누군가 앞발로 당신을 감싸준다 날씨 좋은 날 이불도 없이 이불도 덮지 않고 詩作 노트:맨해튼 남단 지도로 보면 고구마 밑동처럼 생긴 곳거기에 가면 몸에 생기가 돈다 당신도 한번 가봐라 © 서 량 2024.04.10

|詩| 맨해튼 2020년 4월

맨해튼 2020년 4월 당신은 기록을 남기고 싶어 안달이다. 낙동강 언저리에 흩어지는 허쉬 초콜릿 냄새. 철모에 담겨 보글거리는 라면에 얹혀 금방 익는 달걀 노른자. 군대 냄새 방부제 냄새를 기억한다. 당신은 맨해튼 브로드웨이 언저리 길거리에 간신히 간신히 주차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서워 무서워하며 마스크를 쓴 청년이 자전거를 유턴하는 맨해튼  길거리 기록을 남기려고. 詩作 노트:간신히 간신히 코로나 바이러스 시절을 보냈다. 무서움이 삶의 원동력이 되던 시절. 군대시절과 비슷하다. 군대 갔다 오면 사람이 된다더니. © 서 량 2024.04.08

|詩| 찻집의 고독

찻집의 고독 기다리는 그 순간만은 ♪♫나훈아 창법 떨리는 목젖준재의 확고한 드럼 비트 syncopation진훈의 사나운 화음 교회화음 벗어난 화음꿈결처럼 감미로웠다 ♪♬중간박수 중간박수 3삼7박자 헤이쥬드 ♪ 우리 가슴이 뛰고 있잖아 가만있지 못하고좀처럼 가만있지 못하고 詩作 노트:1980년대 초반에 ‘조스’라는 의사악단을 했다네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나훈아 노래도 연주했다네 © 서 량 2024.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