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김종란 ICU 유리창에 늦은 오후의 햇볕 켜켜이 쌓이다가 스르르 연한 갈색으로 사라진다 산소 마스크를 쓰고 연금술사는 숨 가쁘게 내쉬고 있다 낡아 부서질 듯 서로 기대어 있는 아랫니가 이제 성벽은 곧 허물어지려 한다 들꿩 같은 풋풋한 가슴 슬며시 들여다 보던 검은 보석 한 쌍 그 고집스레 불붙던 두 눈 감겨 있다 女人을 향하여 미소 지으며 찬란한 빛으로 휘감던 변화무쌍한 저음의 목소리 들리지 않는다 이탈리안 담당의사를 거느리고 간호사 두 명 거느리고 느리게 암전으로 다가서는 유효기간 백 년의 라벨 이제 흐릿하게 지워진 채 매달려 있다 지금 이곳에 잠시 몸은 부려져 있다 백 년을 향해 무겁게 무겁게 떼어 놓는 발자국소리 연한 녹색으로 가라앉는 공기로 바다위로 떠오르다가 천천히 천천히 가라앉다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