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고양이가 사는 집 / 김종란

서 량 2022. 12. 8. 20:29

 

고양이가 사는 집

 

                                   김종란

 

누군가 떠나는 것에 대해 말해주었으면

떠나보라고 말해주었으면

고양이는 집에 들어와 때론 기지개 펴며

창틀에 앉아 노곤한 해바라기

불현듯 어른대다 사라지는 뜬 소식에 졸음이 쏟아져

안경이 코밑에 걸린 안주인을 지켜보며

우아한 꼬리를 부드럽게 펼 수 있는 작은 공간

깃털에 젖은 밤이슬 털어내며 나뭇잎 사이를 날아올라

사고뭉치 이 장난감 새들

내가 바라볼 때 제발 최면에 걸리시라

안하무인 내 거드름에 푹 빠지시라

내가 떠났더라도 잊지 않기를!

 

© 김종란 200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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