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달 항아리 / 김종란

서 량 2022. 12. 15. 18:22

 

달 항아리

 

                                      김종란

 

끝을 살짝 잡은 것 같은데 벌써 저녁 무렵

가볍게 한 잔을 마셨는데 꽃나무는 옹이가 지고

빗물 눈물 무늬가 어룽진다

 

스치듯 소매 끝자락 잡은 것 같은데

발은 닳아서

이미 경계에 가 닿아 있다

 

마루 끝에 잠시 앉았다가 목례를 하고 떠나든지

흰 도자기 그릇에

마음을 담고

 

잘 익은 술처럼 바라보며 약간 흔들어 보기도 하며

쓴 약처럼 두 눈을 감고 꿀꺽 삼키기도 하며

 

취한 눈으로 바라보며

그대 내가 아님을

 

© 김종란 2010.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