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항아리
김종란
끝을 살짝 잡은 것 같은데 벌써 저녁 무렵
가볍게 한 잔을 마셨는데 꽃나무는 옹이가 지고
빗물 눈물 무늬가 어룽진다
스치듯 소매 끝자락 잡은 것 같은데
발은 닳아서
이미 경계에 가 닿아 있다
마루 끝에 잠시 앉았다가 목례를 하고 떠나든지
흰 도자기 그릇에
마음을 담고
잘 익은 술처럼 바라보며 약간 흔들어 보기도 하며
쓴 약처럼 두 눈을 감고 꿀꺽 삼키기도 하며
취한 눈으로 바라보며
그대 내가 아님을
© 김종란 201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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