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476

|컬럼| 314. The Road of Excess

2018년 6월 초, 한국의 현충일에 해당하는 ‘메모리얼 데이’가 지난 며칠 후, 매사추세츠 주의 소도시 첼름스포드(Chelmsford)의 한 부동산 업소는 시당국으로부터 경고장을 받았다. 업소 앞뜰 잔디밭에 조그만 성조기 200개를 꼽아 놓은 것이 문제였다. 경고 내용은 성조기의 과도한(excessive) 숫자를 줄이라는 것이었다. 다음날, 부동산 업소를 운영하는 부부는 성조기 300개를 회사 앞에 추가로 꼽아서 총 500개의 국기가 초여름 바람에 팔랑거리게 했다. 부부는 TV 인터뷰에 출현하여, 시당국이 지적한 “상업적 목적”이 아닌 “애국심”이라는 의도에서 7월 4일 독립기념일까지 그 조그만 성조기 500개의 숫자를 줄이지 않겠다는 심정을 차분하게 밝혔다. 거대한 사이즈, 많은 숫자, 커다란 목소리..

|컬럼| 306. 누가 누구를 속이나?

'hallucinate (환각을 일으키다, 환각에 빠지다)'는 17세기 중반쯤 통용되던 라틴어로서 마음과 생각이 오락가락하고 횡설수설하는 말투를 뜻했다. 'hallucinate'는 그보다 반백 년 앞선 17세기 초에 고대영어에서 속인다는 말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쓰이지 않는 용법이지만 마치 공룡의 화석처럼 말 속 깊은 곳에 우람한 뼈대가 묻혀있다. 15세기경 라틴어에 등장한 'delude (착각하다, 망상에 빠지다)' 또한 처음에는 속인다는 뜻이었다. 환각도 착각도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참한 결론이 나온다. 환각이나 착각의 속임수에 대한 질문이 터진다. 속이다니! 누가 누구를 속인다는 말인가. 지금껏 나는 내 환자들이 자기 자신을 속이는 사례를 무수히 보아왔다. 환청에 시달리고 망상증에 빠진 환자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