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동거하는 법 / 송 진 적과 동거하는 법 송 진 놈들이 처음 내 영토에 침입해 왔을 때는 음습한 협곡에 진을 치고 세력을 규합하기 시작하더니 어느 틈엔가 확 트인 평지에까지 교두보를 구축하며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먹장구름의 위세에 놀란 들꽃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잊었던 이름들을 불러 모은다 강초에 절이..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09.27
당신의 이 편에서 마주 보고 있을... / 윤영지 당신의 이 편에서 마주 보고 있을… 윤영지 수많은 독사진들 이 편에는 누구인가 서 있어 셔터를 열심히 눌러주었겠지 흘러가는 세월은 그저 무늬일 뿐 엄청나게 순수하고 해맑은 웃음을 달콤한 바람결에 실어 하늘로 띄워보내는 찰나 사랑의 앵글로 “Pause!” 멈추어 그림 그려주는 그녀가, 왠지 그..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09.15
도라지 / 최양숙 도라지 최양숙 다섯모 초롱 안에 소롯이 담은 애닯음 흰 저고리 연보라 치마에 담긴 젊은날 어머니의 속살 향내 머금은 불밝혀 그 사랑 기다리다 한여름 뒷뜰에 내려앉은 한줌의 별무더기 흙속에 묻은 가슴 겨울 추위 석삼년 버티다 이제사 볕을보고 채반에 가지런히 맨몸으로 누워 꽂히는 햇살 고스..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09.10
김정기 선생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김정기 선생님 생신 축하드려요. 멀리서 이런 식으로 마음만 전하는 것이 한없이 죄송하지만 부디 건강하시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이 꽃다발 기억 나시지요? ㅎㅎ 선생님께서 제게 주셨던 꽃다발이에요. ^^ 이 꽃다발처럼 언제나 화사한 마음이면 좋겠어요. 선생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립습니다.. 김정기의 글동네/게시, 담론 2009.09.06
망중한 (忙中閑) / 윤영지 망중한 (忙中閑) 윤영지 늦여름이 허리 펴고 드러누워 두 팔 기일게 늘이고 초가을의 문턱을 잡고 밀어붙이는 나른한 오후 날아드는 이름 모를 새, 파닥이는 깃털의 떨림이 한적한 오후 햇살에 얄팍한 파장을 일으킨다 이 쪽에서 저 쪽으로 서로 화답하며 바지런히 파아란 하늘에 선을 그린다, 고추 잠..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09.06
막간 휴식 / 윤영지 막간 휴식 윤영지 일 갔다와 입은 옷 그대로 침대 위에 대각선으로 누워 삐딱하니 고개 들어 창을 보니 양쪽 커튼 그림자 사이로 길다랗게 밝은 유리창 드러나는 파아란 하늘, 조그만 아기 구름들, 그리고 양 옆으로 드리워진 초록 나뭇잎들 하늘, 하늘, 높--은 하늘 드디어 막혔던 숨이 내쉬어진다 쉴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09.04
선택 너머 / 송 진 선택 너머 송 진 올림픽 국립공원 깊은 숲 속에서 쓰러진 나뭇등걸에 돋아난 작은 방석만한 버섯과 마주쳤다. 윗면의 연한 갈색엔 세도나 흙빛의 경이로움 같은 게 어른거렸고 광어의 뱃살같이 포근한 밑면은 숲 속 가득히 팽창한 초록에 주눅이 들었는지 첫날밤 신부처럼 은밀하였다 독을 품고 있을..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09.04
9월의 첫 날 9월의 첫날, 푸르른 하늘이 허드슨 강변을 감싸안은 날, 뉴저지 시문학반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작은 촛불을 밝혔습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선생님, 건강하세요~ " 최양숙 김정기의 글동네/게시, 담론 2009.09.02
글동네 글 올리기 몇 가지 사항 저의 블록과 병행하는 묘(?)를 십분 살리기 위하여 글동네에 올리는 글들은 전 화면을 조화를 염두에 둔 관계로 굴림체, 사이즈는 9pt로 통일하려 합니다 글을 올리실 때 그렇게 올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글자색은 가장 보편적인 검정색으로 하고요 (바탕체에 익숙하시거나 큼지막한 사이즈 12pt에 익.. 김정기의 글동네/게시, 담론 2009.08.31
게장을 담그며 / 최양숙 게장을 담그며 최양숙 집게를 갖다 대자 온 다리를 허우적거린다. 바다를 떠나고 개펄에서 올리운지 얼마나 오래 되었을까 차곡차곡 쌓여서 죽은듯 담겨 있다. 집 떠난 아이들에게 엄마라는 이름은 주말에 오겠다는 전화 속의 목소리에 깊은 잠에서 깨어나 허둥대는 몸짓으로 분주하다. 긴 집게로 싱..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