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캑터스 / 최양숙 크리스마스 캑터스 최양숙 이름은 사막의 꽃 짙은 해그늘에 숨어 여름날을 보내며 드러낼 수도 없는 가시 차라리 찌르지 못하는 돌기 두르고 마디마디 내려 앉는 도톰한 잎새에 가둔 것은 사막의 기억 뾰족한 끝을 갈아내고 줄기마다 머금은 붉은 환상 분수마냥 솓구치는데 여름 나무 밑에서 스멀거..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12.15
첫눈 / 최덕희 첫눈 최덕희 첫눈은 밤에 몰래 내려야 한다 하얀 아침을 맞는 경이로움 가지마다 새초롬히 매달린 유리알의 눈부심으로 겨울 첫하루를 열어간다 첫눈은 초겨울 햇살에 반짝 스러져 가야 한다 언제 왔는지 어떻게 갔는지 모를 첫사랑을 먼 발치에 남겨 두고 멀어질수록 그 빛은 선연하여 걸어온 발자..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12.11
한혜영 / 시와 경계 한혜영 시인의 시 <젖무덤을 내려놓다>와 <獸皮와 세탁소> 두 편이 「시와 경계」의 2009년 창간호에 실렸습니다. 축하합니다. 김정기의 글동네/공지 2009.12.11
조성자 / 문학청춘 조성자 시인의 시 두 편 <달려라 불면> <식탁>이 문학청춘 2009년 가을 창간호에 실렸습니다. 축하합니다. 김정기의 글동네/공지 2009.12.05
시간의 덫 / 최덕희 시간의 덫 최덕희 휴대폰을 두고 나온 날 귀에서 맴도는 음악 벨 소리 공연히 두근두근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마음은 집에 가 있다 감시카메라에 노출되어 숨을 곳 없는 몸 시간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자유로워지려고 하지만 군번줄인냥 목에 걸고 24시간 대기 중 팻말 붙이고 스스로 시간의 덫에 다시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12.05
꽃을 삼킨 너는 누구니? / 최양숙 꽃을 삼킨 너는 누구니? 최양숙 아침 해를 기다리다 못내 해를 못보고 집을 나서는 가장의 등 뒤에서 작은 얼굴들이 깨어 찬 이슬 겹겹이 싸안은 채 가는 손가락을 펴며 배웅한다. 지난 해 화분 가득 올려냈던 것만큼 수북히 올라오는 꽃술 그 노란 술에 꽂힌 햇살을 붓 삼아서 현관 문 앞에 진한 가을..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12.04
겨울 밤의 꿈 / 최덕희 겨울 밤의 꿈 최덕희 나무 그림자가 적막을 깬다 가지에 걸린 조각달은 나무를 끌어 안고 밑 둥을 덮은 낙엽 위에 가만히 내려 앉는다 따스한 온기가 아직 남은 흙 위에 사락사락 하얀 꽃잎이 입을 맞춘다 세상은 순간 마법에 걸려 모든 것이 사라지고 맥 없이 멈추어 서는 시계바늘 시간을 깔고 누운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12.01
이제는 어쩌려나 II... / 윤영지 이제는 어쩌려나 II… 윤영지 반짝이는 검은 피부에 빠글거리는 머리 아침마다 학교 갈 준비를 일일이 챙겨주던 엄마 잔 가르마 타서 촘촘히 빗고 총총 땋아내려 말끔히 정돈되었던 곱슬머리는 언제부터인가 간신히 두 갈래로 묶여 빠글거리는 두 솜방망이가 머리 양 옆에 올라앉았고, 그 나마도 지금..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11.25
그것은 빛나는 빛이었어요 / 황재광 그것은 빛나는 빛이었어요 황재광 색깔이 있어 좋아요 소리가 있어 더욱 좋고요 선율이 있어 마음에 강물이 흘러가요 두둥실 갑자기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돗배가 생각나요 생각이 또 생각을 낳아 생각 없음이 누적 되면 생각이 되고 그리하여 옛날 까까중 머리하러 갔던 그 이발소 벽 액자 속 어디..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11.19
겨울로 가는 길 / 최덕희 겨울로 가는 길 최덕희 하늘이 징징 울음 운다 천릿길 새들의 젖은 날개가 구름을 이고 내려 앉는다 조지 워싱턴 브릿지의 촉촉한 안개 속을 둥둥 떠 다니는 불빛의 행렬 같은 태에서 떨어져 나온 쌍둥이 자리는 하나의 별을 노래한다 나풀나풀 하얀 깃털이 철교 밑 흐르는 물 위에 몸을 싣는다 물살을..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