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선택 너머 / 송 진

서 량 2009. 9. 4. 08:07

 

 선택 너머

 

       송 진

 

올림픽 국립공원 깊은 숲 속에서

쓰러진 나뭇등걸에 돋아난 작은 방석만한               

버섯과 마주쳤다. 윗면의 연한 갈색엔

세도나 흙빛의 경이로움 같은 게 어른거렸고

광어의 뱃살같이 포근한 밑면은

숲 속 가득히 팽창한 초록에 주눅이 들었는지

첫날밤 신부처럼 은밀하였다

독을 품고 있을까?  신비의 약재일까?

 

막막한 삶을 가며

악다구니 속에 박힌 가시들일랑은 발라낸 채

속 살의 육질을 가늠해 보려던 초심으로 촘촘히 살핀다

대박일지도!?

 

그 캄캄하던 침묵에 대한 해석은 오롯한 내 몫으로

그때 빗나간 화살은 부머랭이 되어 돌아와 아직도

내 늑골 사이에 박힌 채 풍화가 끝나지 않았는데

 

아니, 독버섯이겠지

날 벌레 하나가 목 언저리를 따끔하게 물고 뺀 후

귓가에서 앵앵거린다

,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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