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게장을 담그며 / 최양숙

서 량 2009. 8. 31. 11:06

 

 

        게장을 담그며                                                     

 

                             최양숙

 

집게를 갖다 대자 다리를 허우적거린다.

바다를 떠나고 개펄에서 올리운얼마나 오래 되었을까

차곡차곡 쌓여서 죽은담겨 있다.  

 

떠난 아이들에게 엄마라는 이름은

주말에 오겠다는 전화 속의 목소리에  

깊은 잠에서 깨어나 허둥대는 몸짓으로 분주하다. 

    

집게로 싱싱한마리 집어 올리자

집게 발가락이 다리를 물어 연이어 마리가 매달린다.

 

엄마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던 아이들

차차 또래의 친구들을 불러들이곤 하더니

이젠 이성 친구와 짝이되어 함께 온다.

 

털에 박힌 미세한 진흙을 씻어낼

개펄 구멍속에 숨어 있다 먹이를찾아 나오던

바닷내 나는 기억도 빡빡 문질러 함께 지우고

 

등껍질을 떼어 내면 보이는 샛노란

일가를 이루기 위해 딱딱한 껍질 속에 담아 놓았던

꽃게의 소박한 바람은 해체되고

이제는 간장속에 들어가 절여질 차례다.

 

온갖 양념으로 향을넣어 게장을 담근다.

이젠 집의 밥을 안 먹어도 되는 교감할 일도 없어진 아이들과

살을 파서 숟가락에 얹어주고 게딱지에 밥을 비벼주며

밥도둑 소리 하며 즐겨 먹던 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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