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장을 담그며
최양숙
집게를 갖다 대자 온 다리를 허우적거린다.
바다를 떠나고 개펄에서 올리운지 얼마나 오래 되었을까
차곡차곡 쌓여서 죽은듯 담겨 있다.
집 떠난 아이들에게 엄마라는 이름은
주말에 오겠다는 전화 속의 목소리에
깊은 잠에서 깨어나 허둥대는 몸짓으로 분주하다.
긴 집게로 싱싱한게 한 마리 집어 올리자
집게 발가락이 다리를 물어 연이어 몇 마리가 매달린다.
엄마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던 아이들
차차 또래의 친구들을 불러들이곤 하더니
이젠 이성 친구와 짝이되어 함께 온다.
잔털에 박힌 미세한 진흙을 씻어낼 때
개펄 구멍속에 숨어 있다 먹이를찾아 나오던
바닷내 나는 기억도 빡빡 문질러 함께 지우고
등껍질을 떼어 내면 보이는 샛노란 알
일가를 이루기 위해 딱딱한 껍질 속에 담아 놓았던
꽃게의 소박한 바람은 해체되고
이제는 간장속에 들어가 절여질 차례다.
온갖 양념으로 향을넣어 게장을 담근다.
이젠 집의 밥을 안 먹어도 되는 교감할 일도 없어진 아이들과
살을 파서 숟가락에 얹어주고 게딱지에 밥을 비벼주며
밥도둑 소리 하며 즐겨 먹던 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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