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간 휴식
윤영지
일 갔다와 입은 옷 그대로
침대 위에 대각선으로 누워
삐딱하니 고개 들어 창을 보니
양쪽 커튼 그림자 사이로
길다랗게 밝은 유리창
드러나는 파아란 하늘, 조그만 아기 구름들, 그리고
양 옆으로 드리워진 초록 나뭇잎들
하늘,
하늘,
높--은 하늘
드디어
막혔던 숨이 내쉬어진다
쉴 새 없이 분주한 일개미들 군상 위로
높--게 펼쳐진 하늘이 있다는 것,
무한으로 트인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로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고개 젖히고
하늘 보며 뱅뱅 돌다
곱게 깔린 이불 끌어다 뒤집어 쓰고
자궁 안의 태아처럼 웅크린다
못 찾겠다 꾀꼬리…
2009.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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