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막간 휴식 / 윤영지

서 량 2009. 9. 4. 09:54

 

막간 휴식

윤영지

 

일 갔다와 입은 옷 그대로

침대 위에 대각선으로 누워

삐딱하니 고개 들어 창을 보니

양쪽 커튼 그림자 사이로

길다랗게 밝은 유리창

드러나는 파아란 하늘, 조그만 아기 구름들, 그리고

양 옆으로 드리워진 초록 나뭇잎들

 

하늘,

하늘,

--은 하늘

 

드디어

 

막혔던 숨이 내쉬어진다

 

쉴 새 없이 분주한 일개미들 군상 위로

--게 펼쳐진 하늘이 있다는 것,

무한으로 트인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로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고개 젖히고

하늘 보며 뱅뱅 돌다

곱게 깔린 이불 끌어다 뒤집어 쓰고

자궁 안의 태아처럼 웅크린다

 

못 찾겠다 꾀꼬리

 

 

2009.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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