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
최양숙
다섯모 초롱 안에
소롯이 담은 애닯음
흰 저고리
연보라 치마에 담긴
젊은날 어머니의 속살
향내 머금은 불밝혀
그 사랑 기다리다
한여름 뒷뜰에 내려앉은
한줌의 별무더기
흙속에 묻은 가슴
겨울 추위 석삼년 버티다
이제사 볕을보고
채반에 가지런히
맨몸으로 누워
꽂히는 햇살 고스란히
흙 벗은 살을 말려
겨우내 끓이는
탕기 속에서
우러난 진액으로
어머니가 토해내는
억장을 삭이는
땅에서 돋아난 별무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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