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임플란트 / 송 진

서 량 2015. 3. 8. 01:00


임플란트

                    

                       송 진

 

 

주위를 맴돌던 검은 새 하나

돌연 무언가를 향하여 급강하한다

청량리역을 두드려 패던 미군 색색이처럼

우리는 지하 하수로 안에 숨어

악취와 허기에 지쳐

형벌이 끝나기만을 학수고대할 때

지구의 어느 곳에서는 화려한

파티가 열리고 누군가는 실연에 울고

또 누구는 첫 애의 첫 걸음마에 희열하기도 했을 것

그때 그 하수구의 깊이는 순결한 속살을

훑어간 불랙홀이었다

요동친 자리에 구겨진 허물로 남겨진 단어들

엄마 사랑 눈물 사춘기……

IS 반군들의 인질 처형장면이 방영되고

정부에 항의하는 대학생들이 몰살된 후

증거인멸을 위해 재로 사라지는

과거 완료형과 현재 진행형의 경계가 무너진

자리에 돌출하는 이적들

정념의 제물로 과거가 호명되고

미래는 미로에서 방황할 때

나는 끝없이 소환될 터

검은 새는 고작

떨구어진 음식조각 주위를 서성거린다

한심한 놈 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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