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낙타의 스타일 / 황재광

서 량 2009. 11. 16. 06:03

 

 

언제나 문제는 스타일이다

가령 낙타가 산봉우리를 등에 지고

발이 푹푹 빠지는 사막을 걷는것이나

해거름 앞다리를 접어 몸 낮추어 서쪽하늘을

향하여  경배하는 것은 낙타의 스타일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사자후를 흉내내어 자네가

짊어진 것은 산이 아니라 물통이라고

호통을 친들 낙타가 그 고집을 꺾을 것인가

물통은 물통이요 산은 산이로다라며

격을 낯춘 말로 낙타를 질타한들 낙타가

산을 내려 놓을 것인가

 

긴 속 눈섶 한번 끔벅이며 낙타가

산이 물통이요 물통이 산이로다

고로 물통이나 산이나 모두가 하나로다

라고 대꾸 하면 낙타의 최후 통첩이다 

산은 늘 물이 부럽고

물은 늘 산이 그리운 것이니

 

* 이 말은 몇년 전 우리나라 어떤 이름난 스님이 책제목으로 사용하여  유명해진 바 있지만

실상은 오래전 1930년대 어느 일본 선승이 했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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