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어쩌려나…
윤영지
작년에 들어온 곱슬머리의 흑인 소년
열 일곱 살의 덩치에 지능은 유치원생
그래도 잘 생기고 예쁜 사람들을 좋아해
지나갈 때마다 검은 살빛에 하얀 치열 드러내며
큰 소리로 외쳐대는 “Hi~!”
반짝이며 피어나는 해맑은 웃음
상대방이 답례라도 해줄 때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 어깨를 들썩인다
아침마다 빠글거리는 곱슬머리를 정성껏 빗어
땋아내리고 고무줄로 묶어주는 엄마는
고질병으로 지난 해에도 병원을 들락거렸고
남편도 없이 아들 셋 부양하기 벅차
그 아이는 아침, 점심 무료 급식을 받는다
덧셈 뺄셈은 못 해도
음악만 나오면 브레이크 댄스 스텝을
기가 막히게 밟으며 자기 나름의 랩을 해대는
작은 것에도 마냥 행복해지는 아이
리듬따라 이어지는 기쁨의 순간
그를 챙겨줄 수 있는 유일한 보호자, 그 엄마가
살 날 얼마 남지 않은 간암이란다
사태가 심각해진 며칠 전부터
Foster Care에 필요한 서류들이 오고 가는데
반짝이는 눈 빠꼼히 뜬 이 아이는
엄마가 아픈지 어떤지, 조만간 자기 옆에서
없어지리라고는 꿈도 못 꾸고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얼굴, 낯선 집으로 옮겨져야 할
이 아이를 이제는 어쩌려나...
* Foster Care – 양자(고아 등)의 양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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