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커스 기자회견 김정기 바람에 마지막 번지를 둔 오늘도 우리 집 돌계단엔 꽃잎이 쌓입니다 그 무거운 외로움을 입술에 물고서 상처에 싹을 키우는 말없는 언어에 귀를 엽니다 나뭇가지위에서 선잠을 자고 지도에도 없는 강물을 밟고 오실 때도 어깨를 누르는 돌무더기 당신이 말없이 받아줄 때도 묻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오래전부터 알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모른다고 할 수 있겠지요 언제나 길 없는 땅에 길을 내고 따뜻한 것만 모여 사는 마을로 나를 데리고 갔지요 우리가 버렸던 사투리들이 몰려와서도 자꾸만 외면하는 사랑이라는 단어 끝내 알고 있는 당신을 가리고 마는 내 손바닥 몸을 숨길수록 드러나는 꿈속의 얼굴 머리칼만 보이는 미로의 연속입니다 영커스 기자회견은 무산되었습니다 © 김정기 2013.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