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없는 봄날
김정기
꽃 없는 봄날도 간다
다른 별에서 온 꽃이라는 이름표 달고
나무마다 색깔대로 피어 있다
누구와도 손잡으면 큰일나는
플라스틱 먼지로 뭉친 꽃
시간 지나면 녹는 꽃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앓아 누운 뉴욕에
봄날은 간다
사방은 광야로 변신하여
모랫벌에 물도 없이
사람마저 없는 세상엔 꽃이 있을리 없다
차 없는 광장은 넓기만 하고
인적 드문 길은 멀기만 하다
봄 햇살은 설레지도 빛나지도 않는 잿빛
그래도 부르면 어디서나 대답하는 친구의 목소리
가시 넝쿨 흙더미에도 목마르지 않게
아프지 않게
꽃 없는 봄날을 조심조심 벗어버린다
© 김정기 2020.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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