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여름 / 김정기

서 량 2023. 1. 29. 21:06

 

여름

 

                 김정기


닫힌다
잠구어진다
한땀씩 꿰매진다
막이 내린다

그래도 열고 돌리고 뜯고
창밖에 잣나무 우듬지를 꺾는다
구겨지며 오르는 막이 어설퍼도
무대는 황홀하다

들꽃들. 넝쿨도 열매도 자라고
떠나간 사람도
여름을 열러
닫혔던 고요를 딛고
현관을 연다

 

허공은 포효하고
헤매던 땅이 열린다
조금씩 여름이 떠나가고있다.

 

© 김정기 2020.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