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소프트웨어*** 맨해튼 브로드웨이에서 빛이 출렁이는 거야. 흰빛은 물론 노랑 검정 혹은 갈색으로다가. 딱딱하고 성실한 스페인어 악센트 같던데. 중동의 나이 어린 테러리스트들이 자살 폭탄을 성욕의 수단으로 삼는 비법일 수도 있어. 숨을 한 번 깊이 들이킨 후 한참 멈췄다가 오래 답답하게 내뿜는 .. 詩 2008.02.12
|詩| 잇몸 수술 완전히 죽은 줄 알았던 지붕위 굴뚝보다 키가 큰 뒷마당 나무에서 더디게 아주 더디게 수박색 이파리가 솟는다 잇몸에 마취기운이 엽록소로 살아난다 넓은 잎사귀거나 키 큰 나무거나 썩어가는 잇몸이거나 개의치 않고 마취기운이 수세미 같은 속살을 파고든다 금방 잊혀질 5월 중순에 .. 詩 2008.02.07
|詩| 악기 소리 물론 그거는 가벼운 숨소리일 수 있다 무의미 해 아무래도 무의미 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어요 도가 지나치면 나무잎 흔들리는 소리하고 굵직굵직한 나무가지들이 갑자기 재채기하는 소리하고 헷갈려 많이 헷갈려 헷갈리고 말고 진짜 헷갈려 근데도 거진 비슷해 샛노란 달이나 검붉은 .. 詩 2008.01.30
|詩| 기본자세 호수의 기본자세는 나를 자주 생각하는 데 있다 하늬바람에 나뭇가지 잔챙이들이 뚝뚝 떨어지네 또 서글픈 실비 쏟아져 내리려나 생김새가 우락부락하고 몸집이 장엄한 민물고기들이 흙탕물을 일으키며 부산스럽게 바닥을 쏘다니는데 호수의 기본조건은 가끔씩 한 번씩 나를 잊는 데 .. 詩 2008.01.26
|詩| 티비 안 보기 사방팔방에 여러 개의 해가 새떼처럼 중천으로 치솟 고 은빛 구름들이 대기권을 과속으로 질주하고 하와 이 와이키키며 축구의 왕국 브라질인지 하여간 부에 노스 아이레스 해변에서 몸이 소금에 저린 꽁치처럼 미끈한 여자들이 번질번질한 등의 브라자 끈을 풀고 죽은 듯이 엎드려 일.. 詩 2008.01.23
|詩| 도마뱀의 눈물* 출렁이는 강물 가까이 양지 바른 바위 위에서 도마뱀이 옥색 하늘을 올려보고 있어. 잘 봐봐 도마뱀은 주입식 교육도 받지 않고 도시문명의 혜택도 받지 않았다 근데도 저 그렁그렁한 눈으로 세상에 있는 볼 것을 다 보면서 당신과 나의 지성일랑 깡그리 무시한 채 하늘을 쏘아보며 눈물.. 詩 2008.01.14
|詩| 타임 머신*** 우리들 머리 속에 성능 좋은 타임 머신 하나씩들 떠억 들어앉아 있다던데 생각과 연상 사이로 서로 날렵한 메기 꼬리 그 길다란 꼬리에 또 꼬리를 물고 삽시간에 꼬리가 솟구치는 순간들이 나는 참 좋아요 철버덕철버덕 물장구를 치며 당신은 미래로 흘러간다 미래는 우리 모두의 기억 .. 詩 2008.01.05
|詩| 소식 물방울이 후루룩 날아간다 날이면 날마다 시간의 머리칼이 듬뿍듬뿍 빠진다 당신도 나도 다 시간처럼 엷어진다 기쁘다 이제는 이건 금방금방 재생되는 기쁨이다 봄이면 봄마다 밀물처럼 밀어닥치는 평화다 도마뱀 꼬리처럼 거듭거듭 거듭나는 아주 든든한 소식 © 서 량 2007.12.22 詩 2007.12.24
|詩| 오이와 오렌지* 12월 말에 새 달력을 뜯는다 내일을 위하여 오늘 껍질을 찢는 우리들 한밤중에 몸에 좋은 오이를 먹다가 졸지에 오렌지가 먹고 싶다 불을 지피지 않은 벽난로 앞에 앉아 오렌지 껍질을 깐다 오렌지 껍질을 깐 손가락이 풀풀 풍기는 생선 비린내, 12월 말에 벽에 달린 달력이 잉어처럼 펄떡.. 詩 2007.12.18
|詩| 딩동댕 행당동** 하늘이 온통 회색 빛으로 가라앉는 겨울 아침에 베토벤의 피아노 열정 소나타 3악장을 듣는다 국도 87번이 뉴욕주 남북으로 쭉 뻗은 하이웨이 기왕 이리 된 바에야 겨울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겠어 열 살을 갓 넘어 앞마당 장독대에 새파란 하늘이 반들반들 비치던 투박한 간장 항아리 그.. 詩 2007.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