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오이와 오렌지*

서 량 2007. 12. 18. 08:18

 

12월 말에 새 달력을 뜯는다
내일을 위하여 오늘 껍질을 찢는 우리들

 

한밤중에 몸에 좋은 오이를 먹다가
졸지에 오렌지가 먹고 싶다  

 

불을 지피지 않은 벽난로 앞에 앉아
오렌지 껍질을 깐다
오렌지 껍질을 깐 손가락이 풀풀 풍기는 

생선 비린내, 12월 말에 벽에 달린 달력이
잉어처럼 펄떡대는 편안한 지구 

이 비린내

 


© 서 량 200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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