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알맞은 거리에서 산과 사람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아닌지를 우아하게 관찰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산을 정복하겠다는 생각을 애초부터 하지 마세요 응, 알았어 산의 품에 안기는 주제에 산을 정복하다니 등산을 하지 않고 등산객들을 유심히 관찰만 하며 지내는 사람들 마음에 힘차게 호소한다는 것도 참 골치 아픈 일이랍니다 바람 심하게 부는 날 파자마 바람으로 산상의 기류를 휘젓거나 샤워타월로 머리를 감싼 채 강아지처럼 낑낑대며 산마루를 넘어보아라 꼭 무슨 노래를 불러야 된다는 법은 없지 달빛 따스한 산 꼭대기에 올랐다가 하산하기는커녕 그냥 거기에 영영 주저앉아 살아도 괜찮대요 산 타는 사람들의 제일 찌질한 불행인즉 행동자는 관찰자가 될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행동하는 사람은 끝내 관찰하는 사람의 희생물이 되고 만다 그래, 저 냉랭한 신의 표정만 봐도 금방 알 수 있어 그런데도 당신은 행동하고 싶다고요? 기어이 산을 타시겠다고요?
© 서 량 2011.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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