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한참 후
장미 빛 신호등 앞에서
직진차량이 모두 멎을 때 나 또한 정지할 거다
무심코 옆을 보거나 아예 그럴 겨를조차 없이
앞만, 똑바로 앞만 보며 지긋이 브레이크를 밟을 거다
출발이나 도착 시간이 꼭 예정대로래요
차창을 스치는 세상 밖을 한껏 살피고 있어요
수정 빛 햇살, 햇살이 함박눈처럼 쏟아져요
자신의 존재 의미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민들레 홀씨들이
windshield를 무수히 때리는 어느 청명한 날
신묘한 기운이 내 전신을 감싸면서
나 또한 아무런 권위도 모순도 없이
배경음악이 중단된 적요, 한없이
부드러운 적요 앞에 사뿐 정차할 거다
지금부터 한참 후에
© 서 량 2011.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