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30. 아제아제 바라아제 미쳤다는 말로 양키들이 15세기 말부터 쓰기 시작한 단어는 'crazy'다. 'crazy'는 고대 불어의 'krasa'에서 유래했는데 산산조각으로 망가졌다는 뜻. 사람 마음이 쨍그랑! 깨지면 미친다는 단순한 이론이다. 유리잔이 깨지면 그 유리잔은 더 이상 쓸모가 없는 '미친 유리잔'이 될 것이다. '미치다'의 뜻은 크게..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07.11.03
|잡담| 한국 티비 보기 요 얼마 전부터 케이블에 한국 티비를 네 채널에서 볼 수 있게 됐지. 여태 공영방송 한 채널에서 하루에 두 시간 하는 것만 보는둥 마는둥 하다가 기왕에 티비 볼 시간이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갑자기 여러 채널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구. 별 욕심도 다 생기지. 저쪽 패밀리룸에 한국 티비를 크.. 잡담, 수다, 담론, 게시 2007.11.02
|詩| 갈증에 관한 詩 詩를 주물럭거리다 지쳐 한 시간만 자고 일어나야지 하다가 내쳐 잤지 세 시간쯤 지나 벌떡 일어나 목이 샌드페이퍼처럼 칼칼해서 물 마시고 의자에 앉아 꼼짝달싹하지 않는 벽을 노려본다 밤이면 밤마다 내 詩의 기분을 풀어주는 창 밖의 달 처음에 복숭아 빛이었다가 나중에 샛노란 국화 빛으로 詩 .. 詩 2007.11.02
|詩| 가을에 하는 잎새 관찰 여름 내내 산등성이를 넘나드는 숱한 나무들을 눈 여겨 봤지. 그놈이 그놈이다 싶게 새파란 놈들. 버르장머리 없는 청춘. 단일민족, 단일민족, 하면서 우리는 한 통속이라며 향토예비군복을 입은 멀쩡한 민간인들이 한여름 내내 산에서 이마에 띠를 두르고 주먹질하는 거 있지. 10월 중순께 접어들면서.. 詩 2007.11.01
|詩| 나뭇잎 불꽃 가을에 세수할 때 한두 번씩 코피가 나온다 추수감사절 가까이 오면 늘 사업에 실패하던 막내삼촌과 이혼했다 소문난 옛날 애인과 자존심 때문인지 우정을 버리고 돌아선 친구도 생각이 나는 법이다 이들은 지금 소식이 두절됐으나 십중팔구 죽지 않았으며 지금도 한결 같은 뜻 애오라지 연삽한 소망.. 발표된 詩 2007.10.31
|잡담| 낙엽을 낯설게 그리기 오래 전에 쓴 졸시에 '나무잎이 지그재그로 떨어지는 것을 숨 죽이고 보고 있다'고 써놓고 혼자 흐뭇해 하던 기억이 난다. 그냥 구태의연하게 '낙엽이 진다' '낙엽이 떨어진다' '포도(아스팔트)에 낙엽이 뒹군다' 하는 것 보다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에 '지그재그'(zigzag)라는 영어 의태어를 사용하고 스스.. 잡담, 수다, 담론, 게시 2007.10.31
|잡담| 어렵쇼, 이거 내 詩 아냐? 오늘 아까 사이버스페이스를 어슬렁거리다가 제 졸시가 인터넷 서울신문에 그것도 그림까지 넣어서 떠~억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지면이건 인터넷이건 일단 내 손을 떠난 시는 내 시가 아닌 퍼블릭 프로퍼티(public property: 공공재산) 임을 뼈저리게 자각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기왕지사 아래 .. 잡담, 수다, 담론, 게시 2007.10.29
|詩| 과격한 언사 정원에 돌덩어리들이 마구 뒹굴고 있다 맑은 날이면 노랗게 뵈는 돌덩어리들 돌덩어리 입술들이 정맥 빛으로 내 위에 쌓인다 차곡차곡 혹은 느슨하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세요 언중유골, 등허리 딱딱한 힘살에 아픈 진실의 가시가 박히는 장면입니다 과격한 언사를 쓰세요 괜찮아요 차분한 말일랑 .. 발표된 詩 2007.10.29
|詩| 은빛 진공소제기 서재에서 침실로 통하는 마루를 걸어가다가 마루바닥에 거미 같기도 하고 이상하게 시꺼먼 물체가 보이길래 주춤했지 귀뚜라미 한 마리 조용히 죽어 있었다 죽은 생물은 얼른 알 수 있어요 엊그제 죽은 꽃을 당신이 금방 알아내 듯 나 자세히 몰라 귀뚜라미 다리 하나가 기억자로 보기 좋게 꺾어져서 .. 詩 2007.10.27
|컬럼| 29. 지저분한 미사 누구에게 시비를 걸거나 함부로 나올 때 'mess around with someone'이라는 숙어가 있다. 이 구어체의 처음 사용 시기가 1950년대로 문헌상에 나와 있고 한 1970년경부터는 아예 'around'를 생략하고 'mess with someone'으로도 쓰인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양키가 'You wanna mess with me, huh?' 하면서 언성을 높인..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07.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