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얘기

|환자얘기| 마이클의 자살소동

서 량 2007. 12. 6. 08:30

 

30살 남짓한 마이클은 얼굴이 곱상하게 생긴 백인 동성연애자로서

그 나이에 알코홀릭이면서 코케인 중독환자다. 경미한 우울증 증상을

호소하면서 어쩌다가 내 환자가 됐지.

 

어려운 환자는 처음에 내쪽에서 머리를 써야 해. 그거 알아? 그래서 나는

하나의 조건을 내세웠어. 내가 니 우울증을 완전히 고치지는 못해도

약간은 도움이 될 수 있겠다. 그 대신에 너는 인간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술을 끊거나 양이라도 줄이고 코케인도 삼가야 한다. 니가 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은 나한테 정신상담 오는 날은 절대로 술이나

코케인을 삼갈 것!! 했더니 네, 잘 알겠습니다!! 하고 일단 서로간에 약속이

성립된 거야. 어때. 그럴듯 하지?

 

그래서 마이클은 두 번인가 멀쩡한 정신으로 날 찾아와서 얘기를 나누었지.

세 번째는 글쎄 이누무 자식이 얼굴이 벌게 가지고 술 냄새를 팍팍 풍기면서

날 보러 왔길래, 야~ 너 이거 나하고 약속이 틀린다! 이거 모야, 하며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이누무 자식 왈, 지가 코케인을 하고 싶었는데

돈이 딸려서 생각다 못해 지 아버지 크레딧 카드를 훔쳐 가지고 

현찰을 좀 빼냈는데, 어버지가 노발대발하고 경찰을 불러서

자기를 정식으로 고소했다는 거라.

 

그래서 내가 인상을 빡빡 쓰면서 너는 그럼 니 아버지의 고충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겠느냐? 하고 물었더니, 글쎄 이누무 자식이

휑하니 몇 마디 쌍소리를 유창한 본토발음으로 쏟더니 그냥 나가 버리는 거야.

 

그 다음날 이누무 자식이 술하고 타일레놀을 20알을 섞어 먹고 자살기도를 하고

인근 병원 응급실에 가서 지 정신과의사가 지 마음을 이해해 주지 않아서

너무나 슬프고 살맛이 없어서 자살을 기도했다고 진술을 했더니

그 말이 뉴욕주 정신과 환자치료 진상위원회에 전달된 거 있지. 

그 결과로 내가 청문회에 해당되는 미팅에 가서 얼마나 쩔쩔 맸는지 알아?

 

허기사, 당신은 그런 껄렁한 정신과 의사의 사연 같은 거 모르면서도

얼마든지 인간적이고 예술적인 삶을 살 수 있지만서도요.

 

 

© 서 량 2007.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