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트럼펫 콘체르토**

서 량 2007. 12. 5. 10:08

 

십자군 전쟁 때 신의 이름으로
우리가 서로를 죽여대던 시대

싸늘한 밤중에 울리는 트럼펫 소리


지금도 내 대퇴근이 후끈거리는
그 옛날 그 아늑함이

 

겨울 아침 출근 길에
트럼펫 독주가 시원하기만 해라


은회색 철갑의 투구를 뒤집어 쓴
십자군들이 푹푹 쓰러지면서
그들의 나약한 피부를 파고드는
트럼펫의 전율을 위하여
나는 차창을 조금씩 조금씩 더 완전히 내린다

 

메마른 영혼들이 윙윙 스치면서
내 전신을 질타하는 한겨울 세찬 울음 소리

귀에 따가워

 


© 서 량 2003.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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