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는
얼굴이 반반한데다가
가정 좋고 학벌도 괜찮으면서
가을에 화장이라도 곱게 하고 나서면
가을에 온 여인이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참 고상한 여자였는데
서른 좀 넘어서
무슨 증권회사에 다니는 남자와 결혼한지
몇 개월 안 돼서 이혼을 했다
미국 시집살이 신랑 가족이라는 게
저녁 밥상마다 시아비 시어미가 술을 퍼 마시고
젓가락 장단 맞춰 흣차 흣차 에헤라 좋다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내 고향으로 날 보내 주 오곡백화가
만발하게 피었고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메기
부어라 마셔라 목이 터져라 노래를 하는지라
그 가정 좋고 학벌도 괜찮은 가을에 온 여인은
결혼생활이 뭐 이래 하는 생각에서
덜컥 이혼을 했다는 소문이다
© 서 량 2002.11.5
-- 두 번째 시집 <브롱스 파크웨이의 운동화>(문학사상사, 2003)에서
'발표된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범죄 영화 (0) | 2007.12.19 |
---|---|
|詩| 겨울 사랑 (0) | 2007.12.14 |
|詩| 겨울 목소리 (0) | 2007.12.10 |
|詩| 악사와 갈매기 (0) | 2007.12.02 |
|詩| 브롱스 파크웨이의 운동화 (0) | 2007.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