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숨바꼭질**

서 량 2007. 12. 11. 07:55

술래가 시들해져서 

숨바꼭질 도중에 훌쩍
집에 가 버린다면 큰일이다 정말
술래한테 잡히기를 기다리며
술래한테 잡아 먹히는 동물 환상으로
허벅지에 왕소름이 쑥쑥 솟는 사이에


해는 서산에 지고 당신 이마에도
시커먼 땅거미 지고, 아직도 보인다 

거무죽죽한 겨울 나무들 꼼짝달싹하지 않는 

저녁 나무들, 술래가 집에 가고 없고 

침침한 뒷마당 헛간 구석에 숨어 있는
당신이 꽁꽁 얼어 붙는 희한한 희열
숨 죽이고 혼자 미쳐 날뛰는 

그토록 따스했던 희열

 


© 서 량 200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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