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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74. 나비와 개구리

입춘과 우수를 지나면 3월 초에 약속처럼 경칩(驚蟄)이 우리를 찾아온다. 겨우내 땅속에서 잠자던 벌레와 동물들이 우수(雨水)의 물벼락을 맞고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는 경칩이다. 경칩에 개구리 알을 먹으면 허리에 힘이 좋아진다 해서 나이 지긋한 우리 조상들은 턱수염을 바람에 휘날리며 이날 개구리 알을 찾으려고 산과 들을 헤맸다. 그리고 젊은 남녀들은 양키들이 발렌타인즈 데이에 초코렛을 깨물어 먹듯 서로의 사랑을 서명날인하는 상징적 행위로서 암수가 유별한 은행나무의 열매를 몰래 나누어 먹었다. 개구리가 헤엄치는 동작처럼 섹시한 장면이 또 있을까. 그래서 허리가 부실한 우리의 선조들이 개구리처럼 행동하고 싶은 연상작용을 일으켰다 하면 당신은 얼굴을 붉히면서 그게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할 수 있겠는가. 수영에 있..

|잡담| 칵테일 파티

당신도 알다시피 나 잘난 척하는 걸 참 싫어하는 편이지. 근데 오늘은 좀 잘난 척하고 싶은 심정이네. 그것도 혹시 당신이 울렁증이 있을 것 같은 영어, 게다가 영시를 가지고 위험천만한 과시를 하고 싶은 거야. 이해해 줄 수 있슬런지. 티 에스 엘리엇(T. S. Eliot)의 극시(The Cocktail Party)를 옛날에 띄엄띄엄 읽은 적이 있어. 물론 그 얘기 줄거리도 잘 모르면서. 히히. 힘들고 어려운 부분은 띠어먹으면서 대따로 열나게 읽었지. 그러다가 다음 대목에서 찌르르한 전율감이 오더라구. 마침 또 나중에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봤더니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정신과의사가 하는 말이었다구. 도둑이 도둑을 알아본다더니. 어쩐지 사람의 성격이라든가 자의식(自意識) 같은 것에 대한 문젯점이 내 귀에 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