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불면의 밤에 도사리고 앉아
신경을 곤두세운다 눈에 빨간 핏발이 선다
도시는 초저녁에 이미 까무러쳤어
너무 조용해요
소음이 다 사라지고 난 도시는
너무 미치광스러워
도시는 달빛도 밤바람도
사랑도 명상도 모조리 거절한다
도시가 행글라이더처럼 뛰어가다가
절벽을 벗어나서 유유하게 솔개 날갯짓으로 비상하네요
저 번쩍이는 솔개 날개 좀 보세요 강당만큼 큰 날개를요
도시는 홀로 홀가분하게 살아남는 것 말고
둥둥 떠다니며 칠흑 같은 대기권에 몸을 맡기는 것 말고
딴 데는 전혀 관심이 없어 도시는
산수화의 구름보다 명멸하는 별무리보다
구질구질한 詩에 담긴 고독보다 훨씬 청신하다
저기 뭐야 지금같이 닭살소름이 쪽쪽 끼치는 겨울 밤에는
© 서 량 2009.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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